2021 국내외 소비트렌드


<2021년 9대 글로벌 소비 트렌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기존의 소비 개념을 완전히 바꿔놨다. 단순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플랫폼 전환을 말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들의 기준이 까다로워졌다는 소리다.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할 때 더이상 가격과 이미지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에 주목하고, 환경오염·불평등·질병 등 모두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소비의 거점이 밖에서 안으로 이동하면서 첨단기술을 이용한 온·오프라인 접목을 기대하는 소비자도 느는 추세다. 쉽게 말해, 집에서도 쇼핑몰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경험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인공지능(AI), 가상·증강현실(VR·AR) 기술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안전과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감염 우려 없는 공간과 결제 방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과 취미 활동을 둘러싼 소비 활동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소비행태 전반을 추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가 발표한 올해 주요 소비 트렌드를 정리했다.

①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

오늘날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회사 정체성을 언어나 문장으로 정의하는 대신 ‘적극적인’ 행동으로서 보여주는 걸 선호한다.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등 자신과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는 기업에 그에 따른 보상을 주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돈으로 혼쭐을 내주겠다’는 표현이 이러한 움직임을 가장 잘 표현해준다.

2014년 방글라데시 다카의 한 플라스틱 재활용 센터. /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지난해 돌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후변화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반(反)플라스틱 연대를 꾸리고, 일종의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자 발빠르게 대처한 것이다. 이와 관련, 유로모니터는 "소비자들은 방역을 위한 이동제한 조치 이후 공기의 질이 개선되는 등 지구가 스스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고 고무됐다"며 "더욱 깨끗한 지구를 위한 소비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② 즉흥적 소확행(小確幸·작지만 확실한 행복)

코로나19 이전에는 계획에 없던 소소한 지출이 많았다. 야구 경기장에서 과자를 사먹거나, 눈에 보이는 식당 아무 곳에나 들어가 저녁을 먹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제한적 이동이 생활화 되면서 소비자들은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던 이탈리아 할아버지 영상이 대표적인 예다. 이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카페에 간다’는 일상이 무너지자 가족들과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는 상황극을 펼치며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를 두고 유로모니터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그냥 과자나 커피가 아닌 ‘즉흥성’이라고 짚었다. 과자와 커피는 집에서도 주문할 수 있지만, 경기를 보다 입이 심심해서 사먹는 것이나 약속 시간을 기다리다 카페에서 커피를 사먹는 건 전혀 다른 시나리오란 지적이다. 유로모니터는 "특히 60세 이상의 소비자들은 직원과 소통하는 과정 자체를 그리워한다"며 "기업들은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류의 즉흥성을 제공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③ 개방된 공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된 이후에도 소비자들은 안보다 밖을 더 선호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감염 우려를 떠나 바깥 공기를 쐬는 것 자체에 향수를 느끼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는 "기업들은 ‘야외 오아시스’ 하나씩은 꼭 만들어야 한다"며 "모든 날씨에도 개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건 조금 까다로울 수 있지만,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탁 트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한 값어치를 톡톡히 해낼 것"이라고 했다.

④ 온·오프라인의 융합

기술의 발전 덕분에 신체적 거리는 멀어졌어도 마음의 거리는 전보다 가까운 요즘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여기에 익숙해지면서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매끄러운 온·오프라인의 융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피지털(physical+digital)’ 경험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브사이드 픽업(curbside pickup)’이 잘 알려진 예다.

유로모니터는 "같은 곰인형을 봐도 성인들은 솜뭉치를 연상하는 반면 지금 크는 아이들은 어떤 인터랙티브 기술이 심어져 있을까를 생각한다"며 "소비자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피지털에 빠르게 적응했다. 현 사태가 마무리 되더라도 이러한 추세는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부동산 중개 서비스 웹사이트 스퀘어풋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린지 가필드가 2020년 3월 11일 자택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⑤ 유연한 영업시간

재택근무가 근무 형태의 표준으로 자리하게 되면서 기업들의 영업시간 확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인 사정에 맞게 하루 일과를 조율하는 소비자들이 느는 상황에서 기존의 영업시간을 유지하는 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는 부모들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장볼 시간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며 "소비자들은 자연히 24시간 영업하는 곳을 찾게 될 것"이라고 했다.

⑥ ‘지름신’ 소비

지난해 일부 국가에서는 봉쇄령 해제 직후 고급 상품의 소비가 급증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많은 이들이 그동안 ‘갇혀’ 지내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소비로 해소한 것이다. 유로모니터는 "정부와 체제에 대한 반항심으로 온라인 도박을 하거나 불법 파티를 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주류 소비도 많이 늘었다"며 "이는 순전히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소비 형태로, 평소 같으면 다른 곳에 썼을 돈이 쌓이자 사치품에 한꺼번에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⑦ 청결에 대한 강박

앞으로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 뿐 아니라 청결을 강조한 온갖 상품들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것이란 분석이다. 직접 지폐에 손을 댈 필요가 없는 결제 방식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로모니터는 "소비자들은 이제 뭘하더라도 건강을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안전은 제 2의 ‘웰빙’ 열풍과 같다. 오래도록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⑧ 자기계발

코로나19는 소비자들에게 살아가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자연히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업무 보다는 여가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유로모니터는 "기업들은 이러한 추세를 겨냥해 일과 삶의 균형에 초점을 맞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악기나 스포츠 용품, 취미용품의 전 세계 판매는 꾸준히 늘 것"이라고 했다.

⑨ 재택근무의 심화

유로모니터는 재택근무가 소비자들이 의복을 선택하는 기준도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로 출근하는 일이 없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정장 보다는 활동하기 편한 의상을 고를 것이란 설명이다. 유로모니터는 같은 이유로 화장품도 색조 제품 보다는 기초 제품이 더 많이 팔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식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봤다. 외식하는 분위기를 내기 위해 소비자들이 고급진 재료와 요리법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다. 유로모니터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기업들이 적어도 일정 기간은 재택근무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변화는 기술은 물론 식습관 등 일상 생활 전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코로나 시대 新트렌드 ‘Cowboy Hero’>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상이 되면서 우리는 서서히 21세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적응 중이다.

2021년에도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사회에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 온 김난도 서울대 교수 외 8인의 신간 <트렌드 코리아 2021>은 날뛰는 소를 마침내 길들이는 멋진 카우보이처럼, 시의적절한 전략으로 팬데믹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 올해의 키워드를 ‘Cowboy Hero’로 잡았다.

이번 10가지 트렌드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트렌드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장기화될 코로나19 시대의 신트렌드에 주목했다.

CComing of ‘V-nomics’ 브이노믹스
OOmni-layered Homes 레이어드 홈
W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 자본주의 키즈
BBest We Pivot 거침없이 피보팅
O On This Rollercoaster Life 롤코라이프
YYour Daily Sporty Life #오하운, 오늘하루운동
HHeading to the Resell Market N차 신상
EEveryone Matters in the ‘CX Universe’ CX 유니버스
R‘Real Me’: Searching for My Real Label 레이블링 게임
O‘Ontact’, ‘Untact’ with a Human Touch 휴먼 터치

1 브이노믹스(Coming of ‘V-nomics’)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되면서 소비 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브이노믹스(V-nomics)는 ‘바이러스(Virus)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과연 브이(V)자 회복은 가능할까. 기존 가치는 어떻게 변할까. 새로운 브이노믹스 패러다임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장기화될 코로나19 시대를 이겨 내는 전략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2 레이어드 홈(Omni-layered Homes)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된 공간은 바로 ‘집’이다. 레이어드 홈은 집의 공간과 기능이 여러 개 층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 포토샵의 레이어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레이어드 홈 트렌드는 미래 주택 공간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미래 소비 산업의 변화는 집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에 귀를 기울이자.

3 자본주의 키즈(We are the Money-friendly Generation)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자가 등장했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며 소비로부터 행복을 찾는 데 주저하지 않고, 광고를 이용함과 동시에 제품 간접 광고(PPL)에 관대한 새로운 소비자 바로 ‘자본주의 키즈’다. 행복은 충동적이지만 걱정은 계획적으로 할 줄 아는 이들은 새로운 경제관념으로 브이노믹스와 함께 미래를 이끄는 주역이 될 전망이다.

4 거침없이 피보팅(Best We Pivot)
피보팅은 축을 옮긴다는 스포츠 용어지만 최근에는 사업 전환을 뜻하는 경제 용어로 자주 쓰이고 있다.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으로 대변되는 오늘날의 상황은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신속한 상황 판단과 빠른 적응을 요구한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먼저 실행하라. 이는 제품, 전략, 마케팅 등 경영의 모든 측면에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끊임없이 테스트하면서 방향성을 상시적으로 수정해 나가는 피보팅 정신이다.

5 롤코라이프(On This Rollercoaster Life)
짧은 시간 내 짜릿한 진폭의 재미를 즐기는 ‘롤코라이프’가 새 시대의 정신이 됐다. 롤코라이프는 이제 소수 젊은이들의 변덕이 아니라 항상 대응해야 하는 시장의 일반적인 변화다. 제품과 마케팅에서 진솔하고 발 빠른 대응으로 고객의 변화에 맞춰 나갈 수 있는 ‘빠른 생애사 전략’이 필요하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보다 먼저 실행하는 피보팅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6 #오하운, 오늘하루운동(Your Daily Sporty Life)
‘오’늘 ‘하’루는 ‘운’동으로 마무리 짓다. 이른바 ‘오하운’ 운동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번지고 있다. 운동에 대한 관심은 단지 코로나19 영향뿐 아니라 건강에 높은 관심도를 보이는 MZ
(밀레니얼+Z)세대의 세대적 특성이기도 하다. 운동이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브랜드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설계하는 액티비티 디자이너로서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7 N차 신상(Heading to the Resell Market)
중고가 아니라 ‘N차 신상’이다? MZ세대에게 중고마켓은 쓰던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취향의 공유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의 소유물을 단지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자산이자 더 높은 가격으로 되팔 수 있는 투자로 재인식하고, 구매의 새로운 동기로 삼게 됐다.

8 CX 유니버스(Everyone Matters in the ‘CX Universe’)
디지털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경험의 총체적 관리다. 고객경험을 CX라고 하는데, 이 CX를 특정 브랜드의 세계관과 함께 공유하는 것을 ‘CX 유니버스’라고 한다. 마치 마블 코믹스에서 출판된 만화책과 마블 스튜디오를 비롯한 다른 미디어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가공, 가상의 공유 세계관 설정인 ‘마블 유니버스’처럼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브랜드와 함께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려면 ‘CX 유니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9 레이블링 게임(‘Real Me’: Searching for My Real Label)
나를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바야흐로 자아 찾기 열풍이다. 최근 각종 성향 테스트가 급격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인의 자아 찾기는 소비자의 소비 행태를 결정하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다. ‘이런 브랜드를 구매하는 걸 보니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인과관계가 성립할 정도.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진짜 나’를 찾고자 하는 성향과 소비가 맞물리고 있다.

10 휴먼 터치(‘Ontact’, ‘Untact’ with a Human Touch)
“너 정도면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모두가 힘든 지금, 우리는 위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소비 트렌드에도 ‘휴먼 터치’가 중요해지고 있다. 휴먼 터치는 어떻게 하면 조직관리와 경영에서 최대한 사람의 감성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트렌드다. 디지털 셀링에서 소셜 셀링으로 옮겨 가는 이 시점에서 휴먼터치는 진실의 순간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전망이다.

조창용 - 2021.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