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트렌드 3] 명품 열풍은 '보상 심리'에 따른 '보복소비'의 발현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 칼럼 편집

자본주의에서 소비는 자아회복, 자아존중, 나아가 자아실현까지 이루어주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마치 울고 싶은데 뺨을 맞은 것처럼 코로나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은 소비자들의 분탕질은 명품소비로 발현되고 있다.

지난 4월 소비회복세 속에 백화점 전 상품군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는데, 특히 명품 매출은 57.5%나 증가했다. 명품 소비와 내구재 소비를 위주로 채워지는 보상심리가 보복소비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명품소비는 보복소비 트렌드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그의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인은 상품의 구입을 통해 ‘사물’이 아닌 ‘기호’를 소비한다고 했다.

현대 소비사회는 모든 것을 상품화하며 사용가치 대신 교환가치가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인간의 욕망도 기호, 즉 로고에 맞추어졌다. 일명 ‘등골 브레이커’라 불렸던 메이커 패딩을 입고 학창시절을 보낸 Z세대들은 성인이 되자 자연스럽게 해외명품 소비의 길로 들어섰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동시에 추구하는 스마트한 MZ들은 심지어 명품구매는 합리적 소비라 생각한다.

실제로 명품은 최고 수준의 내구재에 속한다. 내구재는 통상 장기간 사용이 되기 때문에 내구성이 뛰어난 고가 상품이다. 이왕 돈을 쓰는데 오래 쓸 수 있는 데다 감가상각률도 낮고 오히려 재테크 수단으로 삼을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값어치가 올라가는 명품을 사는 것은 당장의 소비 욕구를 분출하는 것 기저에 미래 소비를 앞당기는 측면도 존재한다. 때문에 자기합리화를 가속화하며 소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을 가지고 백화점이 문을 열자마자 매장 앞 입장대기행렬로 달려가는 ‘오픈런’에 가세한다. 장기적 경기침체로 어렵기만 한 경제 상황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한 소비현상이 눈앞에 연일 펼쳐지고 있다.

지난 2월 여의도에 개장한 한 백화점은 개장 후 첫 일요일의 하루 매출이 102억원을 기록했다. 이 백화점 창립 이래 단일 매장이 하루에 달성한 최고치 금액이라고 한다. 난데없는 전염병으로 시작된 지난한 감금생활에 갑갑함을 느끼던 사람들의 활동제약이 풀리면서 사람들은 백화점과 쇼핑몰, 아울렛으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 덕에 카드 승인액이 급증하면서 소비지표가 회복되고 있는 양상이다. 백화점 3사의 매출 증가율은 3개월 연속 30% 이상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뒤로하고 백신 접종이 불러온 경제 정상화의 기대감에 한껏 부푼 사람들의 소비욕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 4명 가운데 1명은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소비를 한꺼번에 분출하는 ‘보복소비(pent-up)’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복소비란 원래 이혼을 앞둔 부부가 보유재산을 최소한으로 분할하기 위해 일부러 흥청망청 돈을 쓰는 행위를 일컫는다.

지금의 폭발적 소비현상은 복수의 대상이 코로나가 될 수 없기에 엄밀히 말하면 ‘보복소비’가 아닌 코로나 우울감에 의한 ‘보상소비’다. 실제로 조사에 답한 응답자들은 보복소비의 가장 큰 이유로 ‘우울해진 마음에 대한 보상심리’를 들었다. 우리는 평소에도 과시소비, 충동소비, 중독소비, 모방소비 등 다양한 비합리적 소비행태를 보인다. ‘보상’이란 감정 역시 비합리적 소비를 일으키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보상소비’는 미국의 사회학자 카플로비츠(David Caplovitz)에 의해 1963년에 처음 등장한 개념인데, 당시에는 저임금 노동자 계층이 사회적 지위로 인해 충족되지 못하는 욕구를 소비를 통해 보상받으려고 하는 소비현상으로 정의되었다. 부정적인 자기인지에 대한 욕구충족 행동으로 분석한 초기와 달리 오늘날에는 긍정적인 감정에 대한 기념이나 보상으로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소비행동까지 포함하고 있다.

사치가 주는 위안, 보복소비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결핍을 소비로 푸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가 휘저어 놓은 경제 불안과 그에 맞물린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감행되어야 할 때다. 보복소비가 순간적인 개인의 행복 증진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감정에 좌지우지되는 소비는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반짝 신기루와 같은 순간적 만족감에 도취되지 말고 경제 정상화의 기대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경제순환의 실체화에 매진해야 할 중요한 시기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조창용 - 2021.05.31.


첨부파일 : 201530014_500.jpg